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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nyoung Ko, Next Space Team

[월간 AC] 넥스트 스페이스팀 고은영님
amorepacificJul 18, 2023
Editor C.
4년 차 제품 디자이너. 알 건 알지만, 모를 건 몰라 항상 다른 디자이너들의 삶과 작업 방식이 궁금하다.
다들 어떻게 먹고살고 계시는 건가요?
Prologue.
세계본사 13층을 돌아다니다 보면 ‘이건 어디에 쓰는 물건이지’ 싶은 물건들과 바빠 보이는 사람들이 모인 공간이 있다. 바로 넥스트 스페이스팀. 리테일부터 실험적인 전시 공간까지 아우르는 넥스트 스페이스팀의 고은영님을 만나보았다.
Q1. 안녕하세요, 은영님. 간단한 자기소개 및 현재 하고 있는 프로젝트에 대한 간략한 설명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넥스트 스페이스팀에서 공간디자이너이자 VMD로 일하고 있는 고은영입니다. 저는 라네즈에서 공간 관련 업무를 하다가 리테일로 넘어와서 아리따움 공간을 담당했었고, 지금은 넥스트 스페이스팀에서 스토리A라는 실험적인 공간에 대한 전시 기획을 하고 있습니다.
Q2-1. 그러면 센터에는 언제부터 계셨던 거예요?
센터에는 2015년에 입사했어요. 그전에는 계속 패션 쪽에서 비주얼 관련 일을 했어서 처음에는 화장품이 되게 생소했어요. 패션 쪽의 일을 할 때는 연출을 하는 VMD였는데, 같은 VMD여도 아모레에서는 제작을 주로 하게 돼서 처음엔 좀 헤맸어요.
Q2-2. 연출과 제작에는 어떤 차이점이 있는 건가요?
연출은 스타일링이라고 할까요, 예를 들면 쇼윈도처럼 한정된 공간에서 전체적인 느낌을 보면서 몇 가지의 요소들로 그 공간을 채우는 경우가 많은데요. 화장품 업계에서는 저희 제품 하나하나가 눈에 들어올 수 있게 처음부터 공간을 설계해서 제작하는 점이 달라요. 사실 이것도 요즘은 많이 바뀌어서요, 요새는 제품이 두드러지는 것보다는 오프라인에서 하나의 세계관을 보여주는 방식으로 흐름이 바뀐 것 같아요. 제품의 효능이나 성분 같은 정보는 온라인에 충분히 설명되어 있기 때문에, 요즘 하는 일들은 오히려 옛날(패션 업계에 있을 시절)에 했던 일들이랑 비슷해진 것 같아요. 연출적 요소가 많은 일들이요.
2016년 명동 라네즈 플래그십 스토어와
2017년 아리따움 명동. @고은영

Q3. 그러면 지금은 스토리A 관련 업무를 메인으로 하고 계신 거군요. 저는 누군가한테 스토리A가 어떤 공간인지 이야기하려고 했을 때는 설명하기가 좀 어렵더라고요. 뭐라고 설명할 수 있을까요?
맞아요. 사실 저희 팀이 누구는 스토리A담당, 누구는 뭐 담당 이런 식으로 선이 그어져 있지는 않은데요, 하다 보니까 제가 자꾸 이 업무만 하고 있더라고요(웃음). 저희도 설명하기가 좀 어려워요. 스토리A가 뭐 하는 곳이냐는 질문을 받으면 저는 그냥 이런저런 세계관을 보여주는 곳이라고 하는데요. 오프라인이라고 하는 공간의 성격이 계속 바뀌잖아요. 아까 말씀드렸던 것처럼 옛날에는 공간이 제품을 팔기 위한 공간, 매장으로써만 존재했는데 지금은 체험이 더 중요해졌어요. 제품을 직접 만져보고, 써보고 하는 체험의 개념이 중요해지면서 아모레성수같은 모델도 등장했고요. 그러다가 지금은 더 강력한 세계관을 가진 공간들이 계속 등장하고 있기 때문에, 저희 오프라인 디자이너들도 어떻게 하면 우리가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인가 하는 고민을 하게 된 거죠. 그래서 오프라인에서만 할 수 있는 경험을 극대화할 수 있는 컨텐츠에 집중하다 보니 스토리A 같은 모델이 나왔어요. 조금 더 모험적이고 실험적인 공간인데요. 제품을 직접적으로 보여주지 않더라도 제품이 뭘 말하고 있는지를 보여주고, 그 자리에서 제품을 팔지 않더라도 후에 고객이 어디선가 우리 제품을 봤을 때 사고 싶게 만드는 전시 공간, 그러니까 저희는 스토리A를 ‘비일상적인 경험을 주는 오프라인 플랫폼’, 이렇게 이야기하고 있어요.
스토리A의 인스타그램을 통해 비일상적인 경험을 확인할 수 있다. @storya_official
Q4. 스토리A에서 하셨던 전시 중에 거품멍전 준비 하실 때, 제가 옆 팀이니까 왔다 갔다 하면서 목업 룸 안쪽에 거품이 막 나고 있고 거기에 팀원분들이 다 모여계시는 걸 봤거든요. 너무 재밌고 귀여우신(?) 거예요. 넥스트 스페이스팀에서는 생전 처음 보는 일들을 많이 하시는 것 같아요.
거품멍전은 제가 했던 프로젝트는 아니지만, 어려운 프로젝트였던 건 맞는 것 같아요. 저희 팀에서 하는 일들은 대부분 저희도 안 해본 일, 가령 어느 협력사를 통해서 “이런 것 좀 알아봐 주세요”라고도 할 수 없는 일들을 하다 보니 저희가 직접 해야 하는데, 공장부터 성분까지 다 발로 뛰면서 알아보고 진행하는 일이 정말 많은 것 같아요.
저는 최근에 유행화장 프로젝트를 했었는데, 그 프로젝트가 직접 챙겨야 할 것들이 정말 많았어요. 팝업 전시에서 옛날 소품이나 옷 같은 것들을 비치해두고 입어볼 수 있게 했는데, 거기 놓을 것들도 전부 광장시장이나 황학동에 가서 직접 골랐어요. 광장시장에서 사 오는 옷들은 나프탈렌 냄새가 나니까, 집에서 울 세제로 두 번씩 세탁기를 돌렸죠. 집에 하도 그런 것들이 널려 있으니까 나중에는 남편이 그만 좀 가져오라고(웃음) 그러더라고요. 소품들도 너무 비싸거나 이제 구할 수 없는 것들은 친정집에 가서 가져왔어요. 전시장에 있던 카세트테이프 같은 것도요. 저희 부모님이 그런 소품들을 잘 안 버리시거든요. 자수정 같은 건 엄마가 꼭 다시 가져오라고 하셨는데 아직도 전시장을 떠돌고 있어요.
그렇게 하나하나 직접 구한 것들로 세팅하니까 실제 존재하는, 옛날 집 같은 느낌이 잘 살았던 것 같아요. 안에 필요할 것들을 고민하고 가져오고 하는 게 재미있었고 프로젝트에 애착이 있어서 그렇게 했었는데, 그만큼 몸을 움직여야 하는 일이니까 힘들기도 하고 그랬어요. 심지어 유행화장 수조에 있던 금붕어는 지금도 팀원들이 돌아가면서 밥 주고 있어요.
유행화장 팝업 전시장. 발로 뛰어 찾은 소품들을 활용하여 옛스러움이 그대로 녹아있다. ⓒ넥스트 스페이스팀
Q5-1. 이쯤에서 Monthly AC의 공식 질문인데요. 은영님의 노후계획이 궁금합니다.
저 정말 항상 하는 고민인데요. 저도 모르겠어요. 원래 제 목표는 정년퇴직이었거든요. 왜냐하면 정년퇴직을 하는 여자를 못 봤어요. 그런데 저는 절대 그만두지 않고 강력한 의지로 아이들이 사춘기가 오든, 어떤 상황이 와도 회사를 끝까지 다니고 싶다는 의지가 컸어요. 그런데 요즘은 내가 노동하지 않고도 수입이 있는, 불로소득을 찾아야겠다 하는 모든 직장인들의 염원이 있네요.
사실 제가 지금 대학원에 다니고 있거든요. 디자인 경영 수업인데, 교수님한테 계속 ‘원래는 아무 생각이 없던 아무개가 여기를 졸업하고 사업자를 냈는데 그게 너무 잘 됐더라, 유명한 누구누구가 여기 출신이다’ 하는 이야기를 들으니까 그럼 나도 졸업하고 나면 뭔가 하나 들고나갈 수 있나 하는 실낱같은 희망이 하나 생기긴 하더라고요(웃음).
Q5-2. 세상에.. 대학원을 가신다고요? 퇴근하고 나서요? 어떻게 그런 결정을..
‘내가 대학원을 왜 가게 됐지’하고 되돌아보면, 제가 원래는 너무 생각 없이 살다 보니 말도 잘 안 나오고 보고를 할 때도 말을 잘 못하겠는 거예요. 이게 나이가 들어서 그런 건가 아니면 아기 낳고 그런 건가 하는 고민을 했어요. 제가 계속 고민하니까 지금은 퇴사한, 저희 팀원이었던 분이 책을 읽어보라고 권하셨어요. 그때 그분은 독서 모임도 하고 있고 책을 많이 읽고 있는데 큰 도움이 됐다고 하셔서 그 계기로 제가 책을 읽게 됐는데, 휴직하는 4개월 동안 16권 정도를 읽게 됐어요.
그전까지만 해도 남편이 돈도 벌고 있고 나는 아기 엄마고 하니까 여차하면 집에서 애도 볼 수 있지, 라는 생각을 하다가 이래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 확 들더라고요. 끝까지 사회생활을 하면서 여기 일원으로 남아야겠다, 이렇게 남에게 의존적이면 안 되겠다는 생각을 했고 그러려면 나의 뭔가를 업그레이드해야겠다 싶어서 학위를 따게 된 거예요. 근데 지금은 ‘아, 그게 정말 큰 사고를 친 거였구나’ 싶은 생각이 들고 그래요.
회사에서의 바쁜 하루를 마치고 나면 대학원생의 하루가 다시 시작된다. ⓒ고은영
Q6-1. 그럼 은영님이 생각하시는 좋은 디자인이란 어떤 건가요?
저는 좋은 디자인은 결국 비즈니스에 도움이 되는 디자인인 것 같아요. 디자인이 밸류를 가지려면 ‘돈이 되어야 한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어요. 그냥 내가 좋아서 하는 디자인은 디자인보다는 예술에 가깝지 않을까요?
Q6-2. 말씀하신 부분을 기준으로 생각하면 스토리A에서 다룰 컨텐츠들을 짜실 때 고민이 많이 되실 것 같아요.
맞아요. 사실 이건 모든 마케팅 분야가 마찬가지일 것 같은데요. 저희가 하는 일이 어떤 물건에 어떤 프로모션을 걸어서 얼마가 팔렸다, 이렇게 바로 성과가 보이는 분야가 아니잖아요. 저희가 하는 일들에 대해 누군가 당장 눈앞의 성과를 내놓으라고 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저희는 이 프로젝트를 왜 해야 하는지, 왜 이렇게 해야 하는지에 대해 타당한 이유를 찾으려고 해요. 고객들이 우리에게 관심을 가질 이유를 만들어 내는 게 저희의 성과죠. 이 프로젝트를 통해 몇 명이 왔고, 몇 명이나 인스타그램에 올렸고, 얼마나 바이럴이 됐고 하는 부분을 측정하면서 그걸 확인하는 거고요.
시대를 관통하는 경험을 한 고객들의 유행화장전 리뷰. 유행화장전은 Z세대 트렌드 구독 서비스 ‘캐릿’에 언급되기도 했다. ⓒ넥스트 스페이스팀
Q7. 처음부터 끝까지 흥미로운 답변 정말 감사합니다. 혹시 제가 마지막으로 물어봐 줬으면 하시는 게 있을까요?
“많이 힘드세요?” 이런 거요(웃음). 하소연 좀 하려고요, 우리 팀 진짜 힘들어요. 아무도 시키지 않았지만 찾아서 하는 일을 하는데요. 잘 하더라도 ‘열심히 잘 찾았네’라는 피드백을 받지는 않거든요. ‘이거 왜 해?’하는 질문이 훨씬 많아요. 저희는 이걸 하는 타당한 이유가 있다고 생각하는데 공감을 얻기가 쉽지 않은 설움이 있죠. 크리에이티브 센터에서 하는 일들이 대부분 그렇긴 하지만요. 물론 저희도 그런 일만 하는 건 아니고 리테일도 저희 팀에서 하고 있잖아요, 아리따움이나 마트 리뉴얼 같은 것도 하고 있고요. 그런 꼭 해야만 하는, 안 하면 안 되는 오프라인 일도 하면서 하지 않았던 일도 해야 팀도 성장하고 저희의 시야도 넓어지고, 또 그게 회사에 일조하는 거라고 저희는 생각하거든요. 그래서 그런 사명감을 잃지 않고 일해야겠다 하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아무튼 저희의 일에 이렇게 관심 가져주셔서 감사하다는 말씀드리고 싶어요.
각종 어려운 책을 섭렵하며 척척석사로
거듭나실 은영님을 표현. ⓒ민채현

Amorepacific Creatives Interviewee 고은영 Interviewer 민채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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