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은영
아모레퍼시픽 리테일 디자인팀에서 VMD를 맡고 있는 고은영입니다. 이번 시예누 론칭 프로젝트에서 VMD 기획 및 디자인을 담당했습니다.
이지혜
리테일 디자인팀에서 VMD를 담당하고 있는 이지혜입니다. 은영님과 함께 시예누 VMD 디자인 개발 업무를 진행했습니다.
구현하고자 하는 이미지를 표현하기 위해 다양한 재질과 색, 수많은 업체를 연구했다.
시예누 브랜드와 공간에 대한 전반적인 설명을 부탁드립니다.
고은영
시예누는 ‘시간을 뛰어넘는 예술의 정점’이라는 뜻으로, 글로벌 톱 브랜드의 럭셔리 라인, 초고가 브랜드를 타깃으로 하는 하이엔드 럭셔리 브랜드입니다. 중국 고객을 메인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먼저 면세 공간에 고객과의 오프라인 접점을 마련했죠.
이지혜
작년부터 뉴브랜드 기획팀, 제품 디자인팀과 소통하며 올해 초에 오픈하게 되었습니다.
기존의 방법과 차별화된 아이데이션 과정이 있었다면 소개해주세요.
고은영
시예누는 제품 자체의 디자인도 반짝거리는 사파이어와 같은 모습이지만, 원료에도 다이아몬드, 진주, 금과 같이 피부 효능이 입증된 호화로운 보석류를 함유하고 있습니다.
이지혜
고대의 식물원과 그를 향해 떠나는 탐험에서 모티브를 얻은 브랜드인 만큼 기존에 보지 못했던 새로움을 보여주고 싶었고, 그렇기 때문에 VMD에서 보여지는 소재 또한 생소한 소재를 시도해보고자 했습니다. 다소 거친 소재와 그와 대비되는 투명하게 빛나는 보석과 같은 소재도 필요했고요. 그래서 팀원들과 함께 마감재 인벤토리에 방문했는데, 다양한 소재를 직접 경험해보는 과정에서 인사이트를 얻을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거친 소재와 그와 대비되는 투명한 소재의 조화가 돋보이는 메인 디스플레이
거친 원석이 가공되어 보석이 탄생하듯 가공되지 않은 바탕과 대조적으로 반짝이는 제품 및 디스플레이 요소가 돋보이도록 재질에서의 대조를 여러 곳에서 반복적으로 보여주는 방식으로 접근했습니다.
말씀해주신 시예누만의 아이덴티티를 표현하기 위해 가장 중점적으로 고려한 부분은 무엇인가요?
고은영
그에 맞춰 군더더기를 덜어내고 심플하면서도 차분한 분위기를 내려고 노력했어요. 제품의 정보나 VMD 요소도 지나치게 설명적이거나 장식적이지 않게끔 다듬어, 제품 자체에 집중할 수 있도록 풀어냈죠.
이지혜
앞서 말씀드렸던 바와 같이, 보석에서 원료를 얻은 럭셔리 브랜드라는 점에 초점을 뒀어요. 비정형의 원석을 가공한 디스플레이, 보석의 비즈를 투명한 레진에 담아 표현한 원료, 돌을 깎은 듯한 모양의 대형 사파이어 등 VMD 요소 하나하나가 아트 피스로 보이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디자인했습니다.
동일한 제품을 반복적으로 배치한 것도 제품 자체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인가요?
고은영
맞아요. 시예누 제품은 다면체의 형태를 띠고 있고, 빛을 반사하는 재질이기 때문에 다른 진열품을 함께 배치하는 것보다는 동일한 제품을 반복적으로 진열하는 것이 반짝이는 효과를 증가 시켜 제품 자체를 강조하여 보여줄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때로는 많은 설명이나 장치보다 하나의 요소를 반복적으로 보여줄 때가 더 강렬하게 다가오곤 하는데, 시예누 매장에서는 그런 아우라를 표현하고 싶었습니다.
중국 시장을 타깃으로 하고 있다는 점도 VMD 디자인에 영향을 미쳤을 것 같은데요.
고은영
중국 고객 특성상 설명적인 방식보다는 시각적으로 바로 보석을 원료로 한 제품이라는 것이 보여야 했어요. 그 결과 보석이라는 느낌을 직접적으로 줄 수 있는 유리 가공품과 아크릴을 다면으로 깎아낸 조형물 등을 활용하게 됐죠. 원료 또한 직관적으로 인지할 수 있게끔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들어서 레진에 원료를 넣어 굳히는 방식으로 원료를 도드라지게 표현하고자 했습니다. 이런 요소들이 전체 매대의 무드를 잡아주는 데 큰 역할을 했고요.
아크릴을 다면으로 깎아낸 조형물과 보석의 비즈를 레진에 담아 표현한 원료로 마치 아트 피스 같은 느낌의 VMD를 완성했다.
말씀하신 것처럼 타 브랜드에서는 쉽게 볼 수 없는 요소들이 매대를 장식하고 있습니다. 함께한 외주 업체나 파트너사와의 협업 과정은 어땠나요?
고은영
사실 VMD는 디자인도 중요하지만, 제작사에서 얼마나 완벽하게 마감을 하느냐에 따라 퀄리티가 달라지거든요. 시안과 도면이 여러 번 바뀌었는데, 그때마다 이해를 해 주시고 작업해주셔서 잘 마무리할 수 있었고, 세밀하고 꼼꼼하게 신경 써 주신 덕분에 완성도 있는 VMD를 완성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이지혜
특히 에피액티브의 입체 조형물에는 각면 가공과 더불어 염색한 아크릴에 3개의 골드 라인 레이어를 겹친 섬세한 가공이 더해졌는데요. 비정형의 각들로 이루어진 원석 가공 시에도 다양한 각도로 조형물을 돌려 보며 각 면을 추가하는 방식으로 제작했어요. 어려운 부분도 많았지만 결과적으로는 완성도 있게 제작되어, 함께 힘써준 에이블 디자인과 흥왕아크릴에 감사한 마음입니다.
말씀하신 것처럼 타 브랜드에서는 쉽게 볼 수 없는 요소들이 매대를 장식하고 있습니다. 함께한 외주 업체나 파트너사와의 협업 과정은 어땠나요?
이지혜
래핑 페이퍼에는 비밀스러운 보물 지도의 느낌을 담았어요. 여기에 결을 맞춰서, 봉인한 편지 같은 느낌의 골드 왁스 인장 스티커를 수작업으로 만들었죠. 럭셔리 브랜드답게 특별한 한 사람만을 위한 패키지라는 인상을 주고 싶었습니다.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다면요?
고은영
프로젝트를 진행하던 와중에 코로나19 이슈가 터졌어요. 시예누는 중국 고객을 타깃으로 면세점에 입점하는 브랜드였기 때문에 코로나19의 타격이 클 수밖에 없었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사히 오픈을 진행할 수 있어서 다행이었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오픈 당일 면세점에는 저희 회사 직원분들밖에 없었다는 슬픈 에피소드가 있긴 하지만요.
이지혜
저는 스카프 제작 당시가 떠오르네요. 50개 정도 소량으로 제작해야 했던 터라, 직접 동대문에 있는 실크 염색 업체를 발품 팔아 찾아가며 도안을 넘기고 인쇄했던 일이 기억에 남습니다.
아크릴을 다면으로 깎아낸 조형물과 보석의 비즈를 레진에 담아 표현한 원료로 마치 아트 피스 같은 느낌의 VMD를 완성했다.
고생하신 만큼 멋진 디자인의 스카프가 탄생한 것 같습니다. 스카프로 다양한 변주를 줄 수 있다는 점도 매력적인데요.
고은영
보통 고가의 제품을 더 도드라져 보이게 하기 위해 유니폼은 어둡고 심플하게 디자인하는 경우가 많아요. 시예누의 유니폼 또한 네이비 컬러가 바탕이 되다 보니 너무 어두운 느낌이 강한 것 같아서 액세서리를 활용하여 포인트를 주면 어떨까 싶었죠. 그중 목에도 두를 수 있고 여름에는 팔찌나 헤어 밴드로도 활용할 수 있는 스카프 액세서리를 추가하게 되었습니다.
시예누의 VMD 디자인을 진행하면서 어려운 점은 없었나요?
이지혜
광산에서 채굴한 보석의 느낌을 주는 메인 디스플레이 제작 과정이 기억에 남네요. 콘크리트라는 소재 자체가 가공하기가 어려운 소재이다 보니, 정확한 각도나 위치를 선정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렸습니다. 그래도 탐험에서 찾아내고 돌 위로 흩뿌려진 보석의 느낌이 잘 표현된 것 같아 고생한 만큼 보람도 느끼고 있어요.
아크릴을 다면으로 깎아낸 조형물과 보석의 비즈를 레진에 담아 표현한 원료로 마치 아트 피스 같은 느낌의 VMD를 완성했다.
시예누의 VMD를 경험하는 고객들이 느꼈으면 하는 브랜드 가치가 있다면 무엇인가요?
고은영
고객들이 제품을 사용하면서 마치 갤러리에 놓여있는 아트 피스를 체험하는 느낌이었으면 좋겠네요.
이지혜
시예누의 첫 오프라인 매장에서 아시아의 보물을 원료로 한 하이엔드 스킨케어 제품을 마음껏 체험해보고, 시간을 뛰어넘는 예술의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기를 바랍니다.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개인적 또는 업무적으로 어떤 성과를 거두었다고 생각하나요?
고은영
제가 15개월간의 육아휴직을 마치고 처음으로 맡았던 프로젝트가 바로 시예누인데요. 오자마자 기획부터 매장 오픈까지 바쁘긴 했지만 덕분에 오랜 휴직 후 빠르게 업무에 적응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미숙했던 부분도 많았지만, 뉴 럭셔리 브랜드의 첫 오프라인 론칭에 도움이 될 수 있어서 개인적으로 의미 있는 작업이었습니다.
이지혜
저 또한 BM, 제품 디자인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과 긴밀하게 소통할 수 있어서 좋았어요. 새로운 브랜드의 스토리를 만들고 확장해나간다는 점에서도 매우 의미 있는 작업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앞으로 진행하고 싶은 프로젝트나 목표가 있다면 무엇인가요?
고은영
시장 자체가 매번 콘셉트를 달리하는 팝업형 리테일로 변화되고 있는 만큼, 전혀 다른 영역과의 컬래버레이션 팝업스토어나 이벤트성 공간 등 재미있는 공간을 만들어 보고 싶습니다.
이지혜
고객에게 새로운 경험을 줄 수 있는 디자인을 하고 싶어요. 최근에는 환경에 대한 이슈가 커지고 있어서, 친환경이나 지속가능성 측면에도 관심을 두고 있습니다.
아시아 역사 속 로열패밀리들을 위해 안티에이징 해법을 찾아 떠난 탐험가를 모티브로 한 하이엔드 스킨케어 브랜드. 탐험가들이 발견한 전통 식물원의 진귀한 식물과 호화로운 보석을 원료로 한다.
시예누 런칭 프로젝트
아모레퍼시픽의 70년 이상의 연구 정신이 담긴 에피액티브 테크놀로지 Epiactive Technology™가 피부에 필수적인 안티에이징 효능을 안전하게 전달해, 시간을 뛰어넘는 예술의 정점과도 같은 피부를 완성한다. 중국 시장을 타깃으로 롯데면세점에 첫 매장을 오픈해 고객과의 오프라인 접점을 마련했다
디자인 키포인트
탐험의 필수 요소인 보물 지도, 여정에서 만난 신비로운 동식물과 풍광, 마침내 다다른 미지의 세계, 그곳에서 발견한 진귀한 보석. ‘탐험가의 여정’이라는 일관된 콘셉트가 돋보이는 시예누는 중국의 젊은 럭셔리 고객들을 타깃으로 하는 만큼, 메인 컬러인 네이비와 골드를 중심으로 화려하면서도 절제된 아름다움을 선보인다. 특히 ‘보석’은 시예누 브랜드 전체를 관통하는 메인 오브제로, 제품과 영상, VMD와 공간의 모든 요소에 보석을 연상케 하는 장치가 녹아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