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itor C.
4년 차 제품 디자이너. 알 건 알지만, 모를 건 몰라 항상 다른 디자이너들의 삶과 작업 방식이 궁금하다.
다들 어떻게 먹고살고 계시는 건가요?
Prologue.
크리에이티브 센터는 기본적으로 디자이너가 많은 조직이다. 이 곳의 비 디자이너들은 어떤 일을 하고 있을지, 그들의 시선이 궁금했다.
Q1. 안녕하세요, 리님. 간단한 자기소개 및 현재 하고 있는 프로젝트에 대한 간략한 설명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리스토어 비즈니스팀 최리라고 합니다. 저희 팀 전략 파트에서 매장 오픈이나 운영 관련한 다양한 일들을 하고 있고요, 그 중에서도 현재 하고 있는 일은 저희 아모레성수의 서비스 콘텐츠 기획하는 일과 매장 직원분들 교육하는 일을 담당하고 있어요.
Q2-1. 저 진짜 아모레성수 좋아해요. 아모레성수 관련 업무를 담당하시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프로젝트가 있다면 무엇일까요?
두 가지 말씀드리고 싶어요. 지금 아모레성수에서 진행하고 있는 메라블과 교육 일인데요. 먼저 AC에도 자세히 소개된 Make up&Life Blending(*이하 ‘메라블’)은
아모레성수에서 오리지널리티를 가지고 주기적으로 꾸준하게 만들 수 있는 컨텐츠가 어떤게 있을지 고민 끝에 발전돼서 나온 컨텐츠에요.
원래 메이크업 제품을 테스트하는 곳이었던 매대를 아모레성수만의 색깔이 드러나는 테이블로 만들면 좋겠다-하는 고민을 했어요.
일반적으로 메이크업 룩이나 화보를 개발하게 되면 하나의 브랜드에서 그 브랜드 제품만을 사용해서 만들잖아요.
그런데 아모레성수는 전사를 아우르는 제품군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특정 브랜드나 신상품만을 가지고 룩을 제안하는 게 아니라 전사의 다양한 상품을 토대로 아모레 스토어만의 룩을 만들어보면 어떨까 한 게 시작이었어요.
그러니까 메라블은 아모레성수만의 특성, 공간을 반영해서 일반적인 브랜드 룩과는 다르게 아모레성수에 온 고객이 특별한 하루를 보낼 수 있게 하는 시즌 메이크업 룩인거죠.
메라블 진행하면서 가장 뿌듯한 부분은, 외부 소스를 활용하지 않고 오롯이 내부 직원들이 만들어내는 컨텐츠라는 점인데요. 모델도 아모레성수 캐스터분들이 하세요.
화려한 모델이 나오는 멋진 화보도 좋지만, 고객분들이 오셔서 봤을 때 ‘나랑은 조금 먼, 그냥 예쁜 화보구나’ 하실 수 있잖아요. 그런데 실제 내 옆에 있는 캐스터분이
“이거 저예요! 이렇게 연출하실 수 있어요.”라고 설명을 해주기 때문에 조금 더 와닿을 수 있는 컨텐츠라고 생각해요. 아모레성수 메이크업 서비스를 통해서 고객들이 메라블 내 메이크업을 직접 받아볼 수도 있고요.
메라블은 격월로 나오는데요. 매번 다른 컨셉을 뽑아내는게 쉽지는 않지만 하고 나면 기억에 남는, 재밌는 작업이고 또 캐스터분들이 결과물을 보시면 부끄러워하시면서도 재미있어 하세요.
매장에 큰 액자로 걸리기도 하고, 영상도 플레이 되니까 캐스터분들에게도 약간의 동기부여가 되는 것 같고요, 그걸 보는 저희도 좋아요.
Q2-2. 격달로 컨셉 도출이라니, 잠깐 생각해도 어지러워요. 그런 컨셉은 어떻게 도출하시나요?
그게 가장 어려운 부분인데요. 시즈널하게 만들거나, 그때그때의 이슈 혹은 매장에서 보여주고 싶은 색깔을 반영해서 표현하고 있어요.
아모레성수 오리지널 컨텐츠 ‘메라블’ 중 일부. ⓒ리스토어비즈니스팀
Q3. 그렇군요. 앞서 말씀주셨던 교육 일도 궁금해요. 저에겐 가깝고도 너무 먼 일이네요.
아모레성수 직원분들을 저희는 캐스터라고 부르는데요, 그 캐스터분들을 교육하는 일이에요. 매장을 바라보는 관점은 사람마다 다 다르잖아요.
예를 들면 디자이너의 관점에서는 하드웨어적인 부분, 그러니까 매장의 인테리어나 세부적인 디자인이 중요하겠죠. 그런데 매장에는 그 매장을
구성하는 컨텐츠들 그리고 그 컨텐츠를 실행하는 사람이 있잖아요. 매장 안에는 계속해서 움직이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에,
저는 그 매장의 이미지를 만들어내는 데는 그 속에 있는 사람의 표정이나 행동이 정말 중요한 요소라고 생각해요.
만약 매장을 정말 너무 예쁘게 만들어놨다고 하더라도 그 안에 있는 직원의 표정이 너무 안좋다거나 불친절하다면 그 매장을 기분 좋게 기억하지는 않을 거예요.
아모레성수에는 20명 정도의 캐스터분들이 계시는데요. 저는 그 분들이 아모레성수에 적합한 사람들이 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교육하고 있고 그 일이 저에게는 정말 의미 있는 일이에요.
물론 이게 겉으로 드러나는 일은 아니죠. 그렇지만 매장 문을 열었을 때 처음 딱 드는 느낌 있잖아요, 미묘하게 불친절하지는 않은데, 에너지라고 할까요, 뭔가 쎄한 느낌이 드는 곳도 있잖아요.
저는 그런 분위기는 결국 직원들이 근무하는 환경에서 온다고 생각해서, 직원들이 조금 더 즐겁게 일할 수 있는 환경이 되도록 케어하는 일을 하고 있어요.
그러다보니 직원 분들이 계속 연락을 준다거나, 그만둘 때 손편지를 몰래 주고 간다거나 할 때 정말 고맙고 뿌듯함을 느껴요. 그래도 내 마음이 조금은 전달됐구나 싶어서요, 그런 소소한 뿌듯함이 있더라고요.
아모레성수 캐스터들의 모습. ⓒ리스토어비즈니스팀
Q4-1. 그럼 센터에 오시기 전에는 어떤 부서에 계셨어요? 지금과 비슷한 일을 하셨나요?
저는 아리따움에 10년 정도 있었어요. 아리따움에서 영업, 교육, 전략 다 했던 것 같아요. 그리고 아리따움의 새로운 타입(아리따움 라이브라던지, 아리따움 프로 메이크업 스튜디오라던지),
새로운 타이틀을 가진 매장을 오픈하고 운영하는 일을 주로 했어요.
사실 업무로만 봤을 때는 좀 비슷하죠. 새로운 매장을 오픈하거나 운영하는 일은 지금과 똑같은데 업무 환경만 달라진 거거든요.
예전에는 전략과 디자인 기능이 완전히 분리되어 있었기 때문에 크리에이티브 센터, 당시에는 디자인 센터에서 매장 인테리어를 해주시고 저희(아리따움)팀에서는 그 안의 운영 컨텐츠를 만들었거든요.
그런데 당시의 저는 디자인이 저와는 별개의 업무라고 생각했던 것 같아요. 물론 지금도 제가 디자인 업무를 하는 건 아니지만, 디자인을 하는 팀원들이 함께 있고 기획 전반의 업무를 같이 진행하다 보니,
운영과 디자인적 요소를 떨어져서 볼 게 아니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지금도 팀원들이 실시간으로 서로의 영역까지 넓혀서 일을 하고 있고, 그래서 더 빠르고 좋은 방향으로 진행할 수 있는 것 같아요.
Q4-2. 디자이너들과 일하는 건 어떠세요? 이전과는 많이 다른가요?
처음 센터에 왔을 때는 정말 남의 집에 와 있는 것 같았어요. 지금은 좀 늘어났지만 처음에는 저희 같은 비 디자이너들이 정말 몇 없었거든요.
우리가 여기서 할 수 있는게 있나 싶고 눈치도 보이고 그랬던 것 같아요. 쓰는 단어들도 달랐고, 왠지 문화도 엄청 다를 것 같았어요.
그래도 저희 팀장님과 상무님께 감사한 건, 저희(비 디자이너)에게 배려를 많이 해주셨어요. 그게 느껴졌어요.
또 매장을 운영하는 업무는 지금까지 크리에이티브 센터에서 하지 않았던 영역인데도 이미 이해도가 높으셨고 오히려 영업 관점,
크리에이티브 관점 두 가지를 모두 가지고 계시니까 배울 점이 더 많았던 것 같아요. 처음에는 이렇게 디자인 파트와 전략 파트가 합쳐지는게 맞나 싶었는데,
경험해보니 꼭 필요한 일이라고 생각하게 됐어요. 기존에는 서로 다른 조직에서 서로 다른 일을 하다보니, 서로를 이해하기도 어려웠는데 지금은 자연스럽게 디자이너의 관점으로도 살펴보게 되고,
디자이너들도 기획자의 의도를 더 잘 반영해 주시고요. 그래서 업무가 훨씬 스피드 있게 진행되지 않았나 싶어요. 무엇보다 직무 상관없이 팀원들이 다 좋아서 즐겁게 일하고 있어요.
‘메라블’ 촬영 장면과 팀원들의 모습. ⓒ리스토어비즈니스팀
Q5. 기획자의 관점에서 좋은 디자인이란 어떤 것일지 궁금해요. 디자이너가 생각하는 것과는 좀 다를 수도 있을 것 같아요.
‘편리함’인 것 같아요. 저는 아무래도 운영 관점에서 보니까요, 예쁜 것도 너무 좋은데 결국에는 고객들이 사용할 때 편리하고 직원들도 운영에 있어 불편하지 않도록 하는 디자인이요.
예를 들어서, 예전에는 매장에 거울이 밑에(발 쪽에) 있었어요. 보기에는 감각적이고 예뻤는데, 예전 유니폼이 치마였기 때문에 밑의 장에서 뭔가 꺼내려고 수그리거나 하면 그 거울에 치마 속이 비추는 거예요.
물론 이런 건 운영하면서 시행착오를 거치는 부분이지만, 이런 사소한 디테일들을 먼저 챙겨주는 디자이너분들도 계시잖아요. 그런 디자인을 볼 때 사용자를 배려한 좋은 디자인이라고 생각해요.
Q6. 이제 마지막 질문인데요. 리님의 노후 계획이 궁금합니다. 저는 항상 사장님 하고 싶다고 하고 다니거든요.
저는 그럼 실장님이요. 제가 뭔가 사업을 하기에는 좀 부담스럽고,
사장님이 따로 계시면 저는 실무를 담당하는 정도..?(웃음) 리스크는 안고 가지 않으면서 실제적 권한은 있는, 둘째? 정도가 좋다고 생각합니다.
그래도 최대한 다양한 일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은 있어요. 언젠가의 넥스트를 하려고 할 때, 제가 다양한 일들을 해봐야 ‘해보니까, 이런 건 나랑 맞더라’ 하지 않을까요?
이 곳에서 다양한 일들을 경험하고 거기서 제 적성에 맞거나 잘 할 수 있는 일을 제가 회사를 그만두기 전까지 찾아서 그 일을 좀 더 전문성을 가지고 해보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