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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ah Yoo, Brand Creative 4Team

[월간 AC] 브랜드 크리에이티브 4팀 유수아님
AMOREPACIFICApr 17, 2023
Editor C.
4년 차 제품 디자이너. 알 건 알지만, 모를 건 몰라 항상 다른 디자이너들의 삶과 작업 방식이 궁금하다.
다들 어떻게 먹고살고 계시는 건가요?
Prologue.
AC에서 ‘유수아’를 검색해 보았다. 이 디자인, 이 감성, 이 습도… 심상치 않다. 그녀를 만나보았다.
Q1. 안녕하세요, 수아님. 간단한 자기소개 및 현재 하고 있는 프로젝트에 대해 설명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제품 디자인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유수아라고 합니다. 현재 하고 있는 업무는 브랜드 크리에이티브 4팀에서 신규 사업 관련한 프로젝트들을 맡아서 진행하고 있고, 아모레 성수 PB 상품 개발하는 업무를 하고 있습니다.
Q2. 제가 AC에서 수아님을 검색해 보니 홀리추얼과 퍼즐우드가 먼저 나오더라고요. 마침 제가 스킨케어는 홀리추얼, 디퓨저는 퍼즐우드 제품을 사용하고 있어서 반가웠어요. 그런데 두 브랜드 모두 신규 브랜드이다 보니 작업하면서 여러 어려움이 있으셨을 것 같아요.
이전에는 큰 브랜드에 소속돼서 제품 디자인 중에서도 일부분을 담당했었는데요. 신규 브랜드를 처음부터 맡아서 론칭해 본 건 홀리추얼이 처음이었어요. 그래서 브랜드 전체를 고민하면서 브랜드를 만들어가는 작업이 처음이라 이전엔 생각하지 않았던 부분들까지도 고민해야 하는 경우가 많았어요. 로고와 심볼부터 브랜드 컬러, 서체 등 선택하고 결정해야 하는 일들이 많았는데, 선택에 대한 확신을 갖는 일이 많이 어려웠어요. 그런데 운 좋게도 그때 함께 진행했던 선배&동료들과 합이 잘 맞았고, 배울 점도 많아서 서로 끈끈하게 믿어주고 지지해 주는 관계가 됐어요. 그래서 서로의 전문성을 잘 발휘할 수 있는 환경이 이뤄져서 재밌게 프로젝트 진행할 수 있었고, 결과적으로 저 스스로 성장했다고 느낄 수 있는 프로젝트였어요.
그리고 퍼즐우드는 제품 기획단부터 디자인, 론칭까지 모두 크리에이티브 센터 내에서 진행된 브랜드였다 보니 마케팅의 기획적인 부분을 함께 경험할 수 있는 프로젝트였어요. 콜라보 기획을 제안하는 것부터 시작해서 콜라보 할 작가님들을 서칭하고, 컨택하고, 디자인했죠. 활용하고 싶은 용기를 서칭해서 직접 구매하고, 업체에 부착 요청해서 충진처에 연결하는 것까지 정말 별의별 일들을 다 겪으면서 힘들고 스트레스도 받았었어요.
또 도자기 마을에 가서 작가님들 찾으러 직접 돌아다니기도 했고, 콜라보 할 유리 공예 작가님(모와니 작가님) 작업실에서 유리 공예를 직접 해보기도 하고, 친환경 포장재로 파우치도 제작하고 싶어서 동대문 방산시장에 가서 마음에 드는 파우치도 찾아보고.. 평소 하지 않아도 됐던 부분까지 직접 알아봐야 했어요. 근데 막상 마치고 나니까 힘들었던 만큼 뿌듯하고 또 재미있게 기억되는 프로젝트에요.
유리 공예 체험 현장, 도자기 마을에서. ⓒ유수아
유리 공예 체험 현장, 도자기 마을에서. ⓒ유수아
Q3. 처음 답변에서 홀리추얼 프로젝트를 통해서 성장한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고 표현하셨는데, 처음 경험하는 일(브랜드를 처음부터 맡아 론칭하는 일)이라서 그랬을까요?
성장이라는 표현 갑자기 부끄럽네요(웃음). 우선 우리 회사는 오래된 회사고, 오래된 브랜드들을 많이 가지고 있고, 그 브랜드들을 어떻게 잘 운영해 나가는지가 중요한 곳이잖아요. 그래서 신규 브랜드를 경험해 보기가 쉽지 않은데, 그걸 할 수 있었던 게 귀한 경험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학생 때 브랜딩에 대해서 배우기도 했지만, 실무에서 알게 되는 건 다르잖아요. 마케팅적인 관점에서 브랜드를 생각하는 법이라든지, 같이 일하는 분들은 이 사업을 어떻게 키워가려고 하는지, 그런 것들을 옆에서 배울 수 있었거든요. 그때 제가 홀리추얼 감옥이라고도 불렀는데(웃음), 그때 홀리추얼 담당 BM 분이 저를 한 번 부르시면 1시간씩 이야기를 하셨어요. 본인이 기획하는 그 사업에 대해서 정말 열정적으로 저한테 설명하시면서도 디자인 관련해서는 전적으로 저를 믿어주시니까 저도 더 책임감 있게 일할 수 있었죠. 그러니까 브랜드의 전 과정을 경험해 본 것도 물론 기억에 남는 경험이었지만, 결국 같이 일하는 사람들을 통해서 배운 점이 더 많았던 것 같아요.
퍼즐우드&홀리추얼 패키지 ⓒ유수아
Q4. 지금 수아님 이야기를 듣고, 또 같이 일하면서 느꼈던 건데요. 수아님은 샤워할 때도 일 생각만 하실 것 같거든요(웃음), 그래서 진부하지만 몰입이라는 단어랑 정말 잘 어울리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오늘 말씀하신 내용에서도 본인이 성장을 했다던가, 재미있었다던가 하는 부분들이 전부 수아님이 몰입을 할 수 있게 만들어준 배경이 되어준 것 같아서요.
우선 저는 워커홀릭은 아닌데요. 사람이 뭔가에 꽂혀있으면 계속 그 생각을 하게 되잖아요. 저는 기본적으로 생각이 되게 많은 사람이라, 하던 일이 완결되지 않으면 퇴근길에도 자꾸 휴대폰으로 관련 내용을 확인하다가 ‘너 지금 뭐 하는 거야, 퇴근했잖아!’ 하고 멈추거든요. 저는 디자인 자체를 완성도 있게 만들어내는 것도 물론 중요하지만 맥락과 흐름, 이게 왜 이렇게 되어야 하는지 그 근거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그러니까 기획 단계에서 특별히 깊이 고민하게 되는 것 같아요.
디자인을 진행할 때, 시안 3가지를 가지고 간다고 하면 디자이너 스스로 가장 좋다고 생각하는 시안은 어떤 건지 많이들 물어보시잖아요. 근데 예전의 저는 이건 이래서 괜찮고 저건 저래서 좋다고 했었거든요, 다 제가 만든 시안이라 이미 애정이 있었으니까요. 그랬더니 본인의 의견을 내고 그걸 설득해 내야 한다고, 제가 그걸 해낼 수 있도록 계속 챌린지를 주신 팀장님이 계셨어요. 당시에는 그게 엄청 스트레스였는데요, 결국에는 시안을 보는 그 기준을 계속 생각하게 됐어요. 브랜드마다 가지고 있는 고유의 색이 있기 때문에 이 브랜드가 누구를 타깃하고 있는지, 이 컨셉을 잡은 이유는 무엇이었는지를 되돌아보다 보면 그 의도에 맞는 디자인이 무엇인지를 찾아낼 수 있겠더라고요. 이 개념이 그 챌린지를 통해서 생긴 것 같아요.
1) 퍼즐우드 시안 C는 탈락했지만 수아님의 애정이 가득 담겨있다.
2,3) 후가공(칼선 및 접지)이 까다로워 탈락한 홀리추얼 리플렛 시안 ⓒ유수아
Q5. 이건 그냥 추가적으로 여쭤보고 싶었는데요. 수아님이 출퇴근길에 책을 읽으신다는 이야기를 듣고 소름이 돋았던 기억이 있어요. 그런 사람이 정말로 있었군요. 요즘은 어떤 책을 읽으시나요?
아, 제가 지적 허영심이 있어서 외부에서만 책을 읽거든요. 지금은 안리타 작가의 ‘우리가 우리이기 이전에’를 읽고 있어요. 제가 해마다 적어두는 게 있는데요. 내가 본 영화들, 책들, 그리고 새롭게 해 본 일들을 적어둬요. 진짜 사소한 거라도, 예를 들면 테니스 경기 직관을 가봤다던가 오픈 채팅방이라는 걸 입문했다던가 하는 것도요.
제가 취준할 때, 가고 싶던 회사의 최종 면접에서 제 취향을 깊게 파고드는 질문을 받은 적이 있었는데 당시의 저는 사실 취향이 별로 없었거든요. 그때 대답을 잘 하지 못했던 게 아쉬움으로 남아서 이후로는 제가 본 것들, 경험한 것들을 적어두고 기억하는 습관이 생겼어요. 그리고 사람이 나이가 들수록 새로운 걸 잘 시도하지 않게 되잖아요. 내가 뭘 좋아하고 싫어하는지 너무 잘 아니까요. 근데 매일매일 똑같은 일상을 보내면 뇌가 기억을 잘 못한대요. 그래서 우리가 한 해를 돌아보면 하나하나 이벤트 단위로 기억이 나지, 매일 회사 갔다가 집에 갔던 건 기억에 남지 않잖아요. CCTV가 그런 원리라고 하더라고요, 똑같은 장면은 기록하지 않고 변화가 있는 장면만 기록을 하는 거예요. 저는 치매 걸리는 게 무섭기도 하고, 기억 없이 그냥 늙고 싶지 않거든요. 그래서 지금의 내가 하는 것들을 많이 기억하고 새로운 것도 해보면서 즐겁게 살아야 되겠다, 그렇게 생각하고 있어요.
2022 일러스트 페어 ‘돌풍이네’ 현장 ⓒ유수아
2022 일러스트 페어 ‘돌풍이네’ 현장 ⓒ유수아
Q6. 뜬금없는 질문인데요, 수아님의 노후 계획이 궁금해요. 수아님은 언젠가 하고 싶은 일이 있으세요?
저 있어요, 동화책 작가요. 이건 좀 여러 가지 생각이 겹쳐져 있는데요. 첫 번째는, 인간은 너무 오래 살고 우리는 회사를 평생 다닐 수 없다는 거예요. 특히 이 업종의 디자이너는 트렌드와 떼어놓기 어려운데, 내가 20대라면 자연스럽게 알 것도 30대, 40대가 되면 공부해야 알 수 있잖아요. 나이가 듦으로써 어쩔 수 없이 타겟으로 하는 대상과의 괴리가 생길 거라는 생각이 들어서, 젊은 사람들을 타겟으로 하는 일을 계속할 수 있을까 싶어요. 그렇다고 제가 경제 지식이 뛰어나거나 주식이나 부동산 투자를 잘하는, 그런 재능이 있는 것도 아니거든요. 근데 그래도 밥은 먹고살아야 하니까, 근로소득 말고 나한테 밥을 먹여줄 수 있는 게 뭐가 있을까 생각해 봤어요.
둘째로는, 사실 제가 대학교 때 교직 이수를 했거든요. 그때부터였는지 그전부터였는지는 모르겠지만 그 무렵부터 저는 교육이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했어요. 또 사회적으로 좋지 않은 사건을 보거나 하면 회의감이 정말 강하게 들고 우울해진다고 해야 할까요, 그 사건들이 저는 힘들거든요. 그런데 저는 그 사건들, 문제들의 근원을 찾아가면 결국 교육이 있는 것 같은 거예요. 어릴 때의 가치관이나 사고력, 그런 것들이 건강하게 자라고 확립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일이 정말 중요한데 우리나라는 너무 빠르게 성장해와서 그런지 그런 종류의 교육을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았던 것 같아요. 그래서 변화하는 시대의 흐름을 잘 반영한 교육 컨텐츠를 들려주면 재미있지 않을까, 또 어른들이 봐도 철학적인 내용을 담아낼 수 있는 동화책을 만들면 어른들도 위로받을 수 있지 않을까 해요.
Q7. 이제 마지막 질문입니다, 한국의 닥터수스님. 좋은 디자인이란 뭘까요?
너무 어려운 질문인데요. 진짜 뭘까요? 저는 아직 잘 모르겠어요. 저는 아까도 ‘기획이 중요하다’ 이런 말씀드렸듯이, 이 디자인이 무엇을 담고 있고 어떻게 보여줘야 하는지, 그런 고민들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잖아요. 그런데 최근에 돌풍이 CP(Creative Partners: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필요한 프로젝트와 디자이너를 연결하는 센터 내 프로그램) 관련해서 일러스트 페어에 다녀오고 느낀 건, 요즘 친구들은 그냥 한눈에 봤을 때 그냥 ‘예쁘다’ 싶으면 그게 좋지, 이게 막 어떤 의도가 담기고, 맥락이 어떻고, 어떤 디자인이 맞고 틀리고 그런 게 중요하지 않은 거예요. 오히려 내가 생각이 너무 많았던 것 아닐까, 결국 누군가가 봤을 때 그 사람을 기분 좋게 해줄 수 있으면 그게 좋은 디자인 아닐까 그런 생각도 들어요.
언젠가 수아님의 동화책이 나오기를 소망하며. ⓒ민채현
언젠가 수아님의 동화책이 나오기를 소망하며.
ⓒ민채현
Amorepacific Creatives

Interviewee 유수아 Interviewer 민채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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