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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unjin Lee, Creative Strategy Team

[월간 AC] 크리에이티브 전략팀 이윤진님
AMOREPACIFICJul 16, 2023
Editor C.
4년 차 제품 디자이너. 알 건 알지만, 모를 건 몰라 항상 다른 디자이너들의 삶과 작업 방식이 궁금하다.
다들 어떻게 먹고살고 계시는 건가요?
Prologue.
멋진 사진들로 가득한 Amorepacific Creatives. 이 곳의 사진을 담당하는 포토그래퍼는 어떤 일을 하고 있을지, 윤진님을 탐구해보기로 했다.
Q1. 안녕하세요, 윤진님. 간단한 자기소개 및 현재 하고 있는 프로젝트에 대한 간략한 설명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크리에이티브 센터에서 포토그래퍼로 일하고 있는 이윤진입니다. 제 업무는 신규 브랜드 런칭이나 리뉴얼, 신규 제품 출시할 때 비주얼을 기획하고 촬영하는 일을 하고 있어요. 그중에서도 집중적으로 진행하고 있는 프로젝트는 롱테이크랑 홀리추얼, 그리고 AC컨텐츠 비주얼이에요.
Q2-1. 윤진님은 센터에 언제부터 계셨나요? 여기가 첫 직장이신가요?
저는 2019년에 입사해서 쭉 센터에 있었고요, 그전에는 광고 대행사에 있었어요. 하는 일은 똑같이 포토그래퍼였고요! 그때도 지금처럼 모델도 찍고, 제품도 찍고 했는데요. 광고 대행사는 정말 많은 브랜드들을 다루잖아요. 그리고 인스타그램에 바로바로 올라가야 하는 컨텐츠나 시즌성 컨텐츠같이 소비가 빠른 작업이 많다 보니 정신이 없었어요. 옷을 찍었다가, 화장품을 찍었다가.. 재미도 있었지만, 한 카테고리에 집중하지 못하고 왔다 갔다 하면서 지치는 부분도 있었던 것 같아요. 그래서 이직할 때는 집중해서 할 수 있는 일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있었는데, 지금은 제가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재밌는 컨텐츠들을 많이 만들고 있어서 저는 너무 좋았어요.
최근 진행하고 있는 롱테이크와 홀리추얼의 비주얼. ©이윤진
Q2-2. 대행사에 계셨군요! 바쁜 걸로 악명 높잖아요. 광고 대행사에서 일할 때와 지금 업무방식에 차이도 있나요?
아무래도 자유도 면에서 차이가 많이 나요. 대행사에서 일할 때는 클라이언트가 ‘이 포맷에, 이 각도로 노출해달라’하는 제한들이 많았거든요. 그런데 지금은 촬영과 편집에 있어 자유도가 훨씬 높으니까요.
대행사에 다닐 때는 제가 더 어렸기도 했고, 사진에 대한 제 색깔이 분명하지가 않았는데 지금은 조금씩 찾아가고 있어요. 제가 어떤 색을 가진 사람인지요. 여기서는 제 색깔을 표현하고 시도해 볼 수 있고, 그렇게 했을 때 함께 작업했던 디렉터 분들이 다행히 만족하셨어서 앞으로도 이렇게 노력하면서 작업해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Q3-1. 아모레퍼시픽에서 진행한 프로젝트 내용도 궁금해요. 진행했던 프로젝트들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건 어떤 건가요?
홀리추얼 런칭 프로젝트가 가장 기억에 남아요. 비주얼을 정말 0에서부터 만들어야 했는데, 당시 제가 입사한 지 얼마 안 됐을 때라서 걱정이 많았어요. 예를 들면 누끼 컷도 예전에는 그냥 소비되는 사진이었다면 지금은 또 한 장의 사진으로 브랜드들마다 다르게 표현하는 수단이 되잖아요. 누끼부터 시작해서 사소한 것 하나하나에 홀리추얼이 가진 스토리를 어떻게 담아낼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그 스토리를 비주얼 가이드에 녹일 수 있을까 하고 고민이 됐어요. 그래서 공부도 많이 했었고, 아트 디렉팅 담당해 주셨던 분과 합이 잘 맞아서 재밌게 진행하기도 했던, 기억에 남는 프로젝트에요. 아무래도 런칭 프로젝트이다 보니 부담감이 컸지만, 무엇보다 제가 만든 비주얼 스토리가 지금까지 이어져 오고 있는 점이 가장 뿌듯하고 좋았어요.
홀리추얼의 브랜드 스토리에 맞추어 개발된 비주얼. ©이윤진
Q3-2. 비주얼 스토리라는 말씀을 하셨는데, 사진에서의 스토리는 어떤 식으로 전개하시나요? 디자인에서는 레이아웃, 정렬, 그리드 등등 가이드가 꽤 명확하게 나올 수 있다고 생각이 드는데요, 사진에서는 어떨지 궁금해요. 색감이나 소품 같은 것도 지정을 하게 될까요?
맞아요. 키워드도 뽑고, 키 컬러도 뽑아요. 그리고 브랜드에서 나온 스토리를 묶죠. 생각의 과정을 쭉 나열해 볼게요. 예를 들어 홀리추얼의 타겟은 여유 있는 3-40대 여성이에요. 그러면 그 여성의 얼굴을 떠올리면서 이런 걸 입을 것 같고 이런 걸 먹고 이런 걸 좋아할 것 같다, 하면서 이야기를 만들어요. 그리고 제품에는 골드를 많이 쓰니까 그 골드를 두드러지게 잘 표현해야겠죠. 그 골드를 잘 표현하려면 빛을 이용해야겠다 생각하고, 그 빛은 오후가 좋을까 아침이 좋을까 하면서 또 나눠봐요. 여유로운 3-40대 여성이라면 너무 반짝반짝한 아침 햇살보다는 조금 늘어지더라도 늦은 오후의 여유롭고 편안한 느낌을 주는 빛이 맞겠다, 결정하고 오후의 빛을 세팅하는 식이에요. 상상하는 그림의 조각을 계속해서 맞춰간다고 할까요? 그리고 제가 머릿속으로 그린 것들을 함께 일하는 분들에게도 설명해야 하니까, 그 이미지를 잘 떠올리면서 정리해요.
홀리추얼의 신제품을 포함한 제품 라인업. 초기 설정한 비주얼 스토리에 맞춘 컨텐츠가 이어지고 있다. ©이윤진
Q4-1. 촬영하시면서 겪는 포토그래퍼들만의 애로사항 같은 것이 있을까요?
포토그래퍼들에겐 장비도 중요한 것 중 하나잖아요. 촬영하면서 어떤 이슈가 생겼을 때 내가 어떤 렌즈를 쓰고 어떤 조명을 써야 할지 빠르게 판단을 내려야 하는데요. 특히 외부에서 찍어야 할 때는 저희가 가지고 있는 장비 내에서만 커버를 해야 하는데 그럴 때 아쉬운 부분들이 생겨요. 이런 장비가 더 있었으면 좋았을 텐데, 하면서요. 그래서 그런 부분을 최대한 줄이려고 사전에 로케이션을 계속 다니고, 위치는 어디로 할지 조명은 어떻게 칠지 사전에 세팅을 해놓는데요. 세팅된 상태를 보고 만약 컨셉 자료에서 상상하는 느낌은 지금 가지고 있는 장비와 상황에서는 할 수 없는 것이라면, 상황을 빨리 판단하고 다른 방식으로 표현해야 해요.
Q4-2. 디자이너들은 주로 컴퓨터로 하는 작업을 하다 보니까, 소스가 좀 부족한 것 같으면 더 찾아서 해보고 수정하면 되는데 촬영은 추가 촬영을 잡기가 어렵다 보니 지정된 시간, 보통 그날 하루에 다 찍어야 하잖아요. 그러다 보니 포토그래퍼의 판단이 중요해서 거기서 오는 부담감 같은 것도 있을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렇죠. 현장에 나갔는데 생각했던 거랑 당일은 또 다를 수가 있거든요. 예를 들어서 그날따라 채광이 지나치게 세서 빛을 조절해야 하는데 조절할 수 있는 장비가 없다, 이러면 이제 멘붕이 오죠. 그래도 그때 빨리 판단을 내리고 디렉터랑 이야기를 해야 해요. 지금 상황이 이러하니, 지금은 안에 들어가서 찍고 필요하다면 5시 이후에 나와서 다시 찍는 게 좋겠다, 하는 식으로 그들이 이해할 수 있게 설명하고 조율하죠. 촬영 때는 스텝이 많잖아요, 그러니까 빠르게 커뮤니케이션하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홀리추얼의 신제품을 포함한 제품 라인업. 초기 설정한 비주얼 스토리에 맞춘 컨텐츠가 이어지고 있다. ©이윤진
Q5. 반대로 즐거운 촬영이 있다면 어떤 걸까요?
촬영하는 것도 결국에는 다 협업이잖아요. 그래서 의사소통이 잘 되면 결과물을 떠나서 그 촬영 자체가 힘들지가 않아요. 예를 들어서 디렉터가 어떤 컨셉을 가지고 촬영을 의뢰했어요. 그러면 저는 최대한 그 컨셉에 맞춰서 표현해야 하기 때문에 디렉터의 피드백이 중요하거든요. 이건 좋다, 이런 부분은 싫다 하시면 저도 ‘그럼 이렇게 해볼까요? 저렇게 해볼까요?’ 하면서 더 나은 결과물을 만들 수 있을 텐데, 그런 의사소통이 없을 때는 아쉬워요.
반대로 촬영할 때 이런저런 의견을 많이 주시는 분들도 계시는데, 그런 커뮤니케이션 자체가 촬영장에 에너지를 줄 때가 있거든요. 그러면 저도 더 제안해 볼 수 있고, 더 좋은 결과물이 나올 수도 있죠. 즐겁게 촬영이 마무리돼요. 그런데 이것도 사람마다 성향이 다르니 디렉터가 너무 세세하게 이야기하는 걸 좋아하지 않는 포토그래퍼도 있을 거예요. 그래서 사전에 합을 맞춰보는 게 가장 좋긴 하죠. 꼭 만나서가 아니더라도 그 촬영에 대해 사전에 충분히 의사전달 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Q6. 저 또 고전 질문 하려고요. 윤진님에게 좋은 사진이란 어떤 거예요?
그 질문에 대한 답변은 2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는데요. 제가 사진을 오래 찍었고, 광고 대행사 일도 했었고 브랜드도 이것저것 맡았었다 보니, 2년 전의 저는 ‘나는 포트폴리오도 많이 있고 여러 분야의 사진도 많이 찍어봤다’하고 생각했던 것 같아요. 그러던 때 음악이나 그림같이 각자 자기 작업을 하고 있는 친구들을 만나서 이야기를 하다가, 어떤 친구가 “네가 찍은 사진 좀 보여줘”라고 했는데 갑자기 띵하고 머리를 얻어맞은 것 같았어요. 갑자기 너무 창피해지는 거예요, 제대로 보여줄 사진이 없었거든요.
그때 생각했어요, ‘나는 왜 내 이야기를 담은 사진이 없지?’. 멋있게 막 모델 데리고 화려하게 찍은 사진은 많았는데, 그건 제 사진이 아니었어요. 그래서 그날 머리가 띵한 상태로 집에 와서 오랫동안 생각을 했어요. 작업을 다시 해야겠다, 하고요. 학교 다닐 때는 과제로도 개인 작업을 했었지만 성인이 되고 나서는 제 의지로 제대로 작업한 적이 없는 것 같더라고요. 그 후로는 틈틈이 개인 작업도 하고 있어요. 예전의 제 사진에는 제 이야기를 담아내지 못했어서, 누군가에게 ‘내 사진’이라고 보여주기가 부끄러웠는데요, 아직 멀었지만 지금은 누가 보여달라고 하면 보여줄 수 있을 것 같아요. 모든 사진마다 스토리가 있는 건 아니지만 적어도 아무 생각 없이 찍었던 사진이 아니라, 내가 마음을 쓰고 생각을 하고 집중해서 작업한 사진은 누가 보여달라고 해도 보여줄 수 있겠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생각했을 때 좋은 사진은 제 이야기가 담긴 사진인 것 같아요.
윤진님의 개인 작업. ©이윤진
Q7-1. 너무 멋있어요. 저도 개인작업 안 한 지 정말 오래됐는데.. 반성하게 되네요. 그렇다면 윤진님의 노후계획도 들어보고 싶습니다.
저는 진짜 계획 없이 사는 사람이긴 한데요, 그 생각은 항상 해요. 저는 꼬부랑 할머니가 돼도 카메라를 들고 싶어요.
Q7-2. 어머나. 너무너무 멋진 노후계획이에요. 윤진님은 언제부터 사진이 좋았어요?
저는 중학교 때 친구가 필름 카메라를 빌려주면서 처음 사진이란 걸 찍기 시작했는데요, 그냥 재미가 있었어요. 또 재능도 있었고요(웃음). 그래서 그때부터 계속 사진을 찍다가 고등학교 1학년 올라가면서 ‘사진과’라는게 있다는 걸 알게 됐어요. 그때부터 학원을 다녔는데 너무너무 재미있는 거예요. 그전에는 그냥 건물이 예쁘면 건물을 찍고, 꽃이 예쁘면 꽃을 찍고 그러다가, 학원에서 본격적으로 배우기 시작하면서는 광고 사진에 확 매료됐어요. 또 당시에 도전 슈퍼모델이라는 서바이벌이 성행했거든요, 거기서 사진작가들이 모델을 찍는데 제 머릿속에서 빛이 막 번쩍번쩍했어요. 너무 멋있어서요.
Q8. 마지막으로, 제가 윤진님께 물어봐 줬으면 하는 게 있었을까요?
물어봐 줬으면 했다기 보다, 일단 저한테 인터뷰 요청 주신 것 자체가 감사했어요. 센터에 포토그래퍼가 워낙 소수고, 저희가 어떤 일을 어떻게 하는지 아무도 관심을 갖지 않으려면 안 가질 수도 있다고 생각했거든요. 드리고 싶었던 말씀은, 저희가 디렉터들이 가져온 컨셉을 가지고 원하는 것을 표현해 주는 일을 하긴 하지만 저희도 창작을 하는 사람들이라는 거예요. 다 드러나지는 않지만 저희도 저희 영역에서 고민하고 또 마음을 담아서 일하고 있다, 이런 말씀 드리고 싶었어요.
카메라와 함께라면 늘 행복한
그랜마 포토그래퍼 윤진님을 표현. ©민채현

Amorepacific Creatives Interviewee 이윤진 Interviewer 민채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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